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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열 정동장애

이형영 | 2013.11.08 16:33 | 조회 13127



정신분열병과 조울병이 혼합된 정신분열 정동장애

 

  정신분열병은 병든 사고가 기분장애(조울병)는 감정장애가 주된 증상이다. 정신분열정동장애(Schizoaffective disorder)는 개념적으로 1)정신분열병과 기분장애가 이질적으로 혼재되어 있고, 2)정신분열병과 기분장애의 연속석상에 있는 임상적인 현상을 보이고 3)정신분열병과 기분장애 중 어느 한 가지에 속하는 유형일 가능성이 모두 고려될 수 있는 질환이다.

이 질병은 과거에는 정신분열병의 비전형적 아형으로 취급 되다가 최근의 분류에서는 기타 정신병적장애에의 범주에 넣어 독립된 질환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는 1933년 카사닌 Kasanin이 처음 사용한 병명이다. 정확한 유병율은 알 수 없으나 1%로 추정되고, 남자보다는 여자에서 많다.

  그 동안 이 질환이 정신분열병이나 정동장애의 한 변형인지, 독립된 별개의 질환 인지 혹은 두 질환의 혼합형인지 등의 여부를 알아보려고 했으나 아직은 확실하지 않다.

  이병의 환자의 병전 성격은 전형적인 분열성이 아닌 때가 많고, 예후도 다른 정신분열증 보다는 낫지만 조울증만큼은 좋지는 않다. 자주 재발되고, 항 조증 약 Lithium에 잘 반응 하고 가족력상 정신분열병 보다는 정동장애가 많다.

30대 중반의 가정주부 L씨는 보름 전부터 잠을 않자고 흥분하며, 허무맹랑한 소리로 떠들어대어 정신과에 입원을 하였다. 그녀의 남편은 현대적 사고를 가진 회사원이다. 그런데 부인이 흥분 발작에도 불구하고 바로 입원을 안 한 것은, 친정 부모들이 전통적인 치료를 행해서 기다리다 늦었다. L씨는 결혼 후, 집안 살림과 학생들의 과외를 하며 지냈다. 실력있는 과외선생으로 소문이 나서 학생들이 많아 저녁 늦은 시간까지 수업을 하여 항상 피로하였고, 학생 관리와 과외 준비로 신경이 곤두 서 있어 집에서 자녀들이 떠들면 짜증을 내고 하였다.

  발병 한 날 술이 취해 찾아 온 한 학부형으로 부터 자녀의 성적이 오르지 않은 일로 많은 질책과 시달림을 당했다. 그 날 몹시 마음을 상해 집에서 울고 있는데 남편이 술에 취해 늦게 귀가한 일로 말다툼이 있었다. 그날 저녁에 흥분하여 밤새 울며 전에 없던 허무맹랑한 소리를 하기 시작하였고, 정치적사회적 문제들을 크게 비판하면서 나쁜 일을 하는 주모자들은 모두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소리치고, 남들이 자기를 모함해서 죽이려 한다고 하며, 음식에 독을 넣을지도 모르니 조심하라고 하며, 자다가 깨어나서는 귀신과 시어머니가 자기를 죽이려 한다고 했다. TV 연속극에 나오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모두 자기 자신이라고 하면서 흥분하고 떠들어 댔다.

  L씨 친정 부모들은 민속의학을 좋아해서, 단방약과 몸이 약해서 그런다고 보약을 먹였으나 효과가 없었고, 집터가 좋지 않은 가해서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보자고 제안을 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L씨는 동내 이웃들이 자기를 못살게 쫒아 내려 한다고 흥분하여 울고, 사람들에게 욕을 해댔다. 또는 갑자기 나에게 몰려 와라 내가 한 방에 물리친다고 소리를 질렀다.

  L씨는 23녀의 3째로 여자로는 둘째이었다. 아버지는 시골에서 과수원과 밭농사를 지는 농부이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녀들을 자기 뜻대로 간섭하는 분이었다. 형제들은 공부를 잘하는 편이고, 특히 환자는 공부를 잘하는 집안의 천재이었다. 대학 졸업 후 외국 유학을 가서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대학시절 사귀던 남자와 함께 유학가려 했으나 남자의 부모의 반대로 헤어지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과 결혼하고, 장래에 대한 꿈을 접었다. 남편은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혼살림을 셋방에서 시작하여 부부가 함께 노력하여 지금은 아파트도 장만하고 살고 있다. 그 동안 남편에게 불평을 많이하며 살았다. L씨는 대학시절에 교회에 다녔는데 남편이 나가지 않으므로, 결혼 후 교회와는 점점 멀어져 지금은 나가지 않는다. 시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과부가 되어 남편 하나만 보고 살아 왔고, 아들 손자가 태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에게는 딸만 2명이 태어낳다. 이는 시어머니에게 실망을 주는 일이다.

  처음 입원 3일 간, 그녀는 흥분하여 떠들며 과대망상을 늘어놓고, 폭행하여 독방에 지내게 하였다. 큰소리로 노래를 부르며, 간호사에게나 타 환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계속 문을 두드리고, 베개 등을 던지고 하는 난폭함을 보였다. 그 후에 환자는 조금씩 호전 되어, 입원 한 달 되어서 난폭함은 없어졌으나 망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생각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점점 좋아졌다. 입원 2개월 되었을 때, 병적 증상도 안 보이고, 병식도 생겨서 퇴원을 했다.

  퇴원 후에 5개월 만에 심한 우울 증상과 자살 기도로 다시 입원 하였다. 재입원 1개월 전부터 흥미를 잃고, 의욕과 자신감을 잃고, 일하기 싫고, 지난 일을 후회하고 절망적이며, 부인과 어머니로서의 할 일을 못할 바에 죽어야겠다며 약물을 과량 복용하였다. 입원 2개월 만에 퇴원 하여 뚜렷한 정신증상이 없이 지내나 가끔 잠이 안 왔다.

  이 L씨의 진단이 정신분열 정동장애이다. L씨는 고양된 기분과 우울 기분. 그리고 망상 등 사고 장애와 이에 따른 흥분, 폭행 등 행동장애를 보였다.

  기계가 그 자체의 탄력의 한계를 넘는 압력을 받을 때 고장 나듯이, 인간이 자신의 적응 능력이상의 불안이 주어진 사건이나 스트레스를 받던지, 오랜 동안 무거운 정신적 부담으로 눌려지면, 불안은 사고, 감정, 행동, 의식 등의 정신 병리로 나타난다.

  심한 병적증상인 망상을 결정하는 요소도 지적인 것이 아니고, 감정적인 요소, 즉 좌절 감, 열등감, 죄악감이다. 한마디로 불안(정서)이 모든 정신질환의 공통원인인자라 말할 수 있다.

  L씨의 정신분열 정동장애는 자기 삶의 어려움 즉, 갈등과 불안을 해결하는 최선의 방법으로 비록 정신증상이지만 사고와 감정의 정신증상으로 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람들은 단순함과 명료함을 좋아한다. 이 병은, 두 개의 질환이 혼재가 되어, 정체가 분명하지 못해서, 진단과 이해 그리고 치료에 어려움을 주는 병이다. 우리 삶에서 불명확 한 것이 많다. 정신의학은 알 수 없는 인간의 마음을 밝혀준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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