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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서운 사람이 앞에 나타나요”를 호소하는 환자

이형영 | 2012.11.12 16:15 | 조회 12019



“무서운 사람이 앞에 나타나요”를 호소하는 환자


 50대 후반, 김 여인은 남편을 따라 15년 전에 귀농하여 시골에서 살고 있다. 그는 20대 후반부터 정신분열병으로 진단 받고, 치료중인 만성 환자이다. 시골집에서 수백 미터 떨어진 야산에 무덤이 몇 기가 있다. 이사 올 때부터 시골 생활이 싫었고 더구나 동네에서 많이 떨어져 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사한지 얼마 후부터, 가끔 묘가 있는 곳에서 저녁에 불빛이 비취고, 어떤 경우는 건너 방문 앞에 사람이 서있는 것을 보았다. 무서웠다. 또한 사람들 소리가 들리고, 가끔 송장 썩은 냄새든지, 퇴비걸음이 썩은 냄새가 났다. 동거하는 남편에게 알렸으나, 남편은 보지도 않았고, 소리도 듣지 못 했고, 냄새도 경험하지 않았다. 이 현상은 김 부인의 정신 분열병의 환시, 환청, 그리고 환후로 추정되었다.

 또, 한 환자의 사례가 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 이 군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다. 신앙생활을 할수록 직접 하나님을 만나고 싶어졌다. 기도하고 매 달리면 하나님이 나타 날것이라고 생각하고, 기도하려고 조용한 깊은 산속을 찾아서 들어갔다. 산속생활 일주일째 되는 날, 산 정상 부근에 형체가 분명치 않는 한사람이 나타났다. 그는 정말 기뻤다. 하나님을 만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지고 간 물건을 산에다 놔두고 노래를 부르며, 횡설수설하며 집으로 돌아 왔다. 그에게 산에서 만난사람이 계속 따라왔다. 가족들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의 행동이 너무 와해되어 있었다. 가족과 함께 정신과에 방문하였다. 그는 급성 정신분열병적 증상을 보였다. 그가 본 것은 환시이었다.

 정신분열병 환자의 환각은 대게 청각적인 것이지만 때로는 시각적인 것도 있고 드물게는 후각적인 것 또는 촉각적인 것, 미각적인 것도 있다.

 환각 중에 환청 다음으로 많은 것이 환시(visual hallucination)이다. 환시는 정신분열병에서는 기질성 정신장애와 알코올 정신장애처럼 흔하지는 않다. 가장 단순한 형태는 불빛, 불꽃, 빛 등이다. 정신분열병의 환시는 복잡한 경우가 많다. 전반적인 환자의 감정등과 일치하는 환시가 일어난다. 종교적 황홀경에 있든지, 종교를 통한 간절한 소원성취를 바라는 사람은 하나님이나 천사를 볼 것이다. 대학생 이군의 환시가 여기에 해당된다. 

환시는 대부분 급성 뇌증후군 즉, 뇌에 장애 시에 많이 나타난다. 환시가 일어나는 대표적인 병은 과다한 음주를 오랜 시간동안 계속하다가 갑자기 술을 끊으면 일어나는 알코올 금단 섬망(delirium tremens)이다. 이때는 징그럽고 무서운 동물과 아주 작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옷을 입고 있는 외소 환각 (microptic hallucination)이 특징이다.

 또 하나의 환각은 드물 환각으로, 환후(olfactory hallucination)가 있다. 이는 대개가 불쾌한 것이다. 예로 썩은 냄새, 송장냄새, 구린내 등이다. 피해망상이 심한 환자는 음식에 자기를 죽이려고 넣은 독약냄새가 난다고 한다. 불쾌한 냄새는 죄의식과 관계가 많다.

 맛의 환각인 환미(hallucination of taste)는 드물다. 환미보다 맛의 착각이 더 빈번하다. 이는 의심과 관계가 있다. 가령 음식 맛이 이상하다, 독약을 넣은 것이 아닌 가하는 식이다.

 가끔 환촉 (tactile or haptic hallucination)이 있다. 이는 몸의 피부 밑에 벌래가 기어 다니는 것 같고, 벌래가 몸속에 들어와 혈관을 타고 돌아다닌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또는 몸에 전기가 감전 된 느낌, 무감각, 아픔, 짜릿 짜릿한 느낌 등의 감각이상이 올 경우가 있다. 생식기 주변의 환촉은 자기가 성폭행 당했다는 망상을 환자에게 생기게 한다. “몸에 전기” 같은 감각은 환자의 성감과 관계가 많다.

 또 하나는 수면과 각성사이의 상태에서 일어나는 입면 시 환각(hypnagogic hallucination)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때는 잠이 들려 하던지, 혹은 잠에서 깨려 하면,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던지, 혹은 아주 황홀한 장면이 보인다. 이는 정상인에서도 보일 때가 있다.

 정신 분열병 환자에서 보이는 또 하나의 환각은 운동 환각( kinesthetic or psychometer hallucination)이 있다. 이는 존재 하지 않는 신체 부분이 존재 하는 것처럼 환각(phantom )하던지, 몸의 크기, 모양, 느낌 등의 환각, 또는 몸이 움직인다는 느낌 등을 운동 환각이라 한다. 이런 환각은 사고로 갑자기 사지를 절단 했던지, 혹은 정신분열병 환자에서 본다. 이런 환각은 정신분열병 환자의 증상인 수동감 ( idea of passivity or influence)과 관련이 많다. 자기 몸이 자기의지와 관계없이 움직여진다든지, 자기 몸이 자기도 모르게 둥둥 떠다니는 경험이든지, 혹은 나는 다른 사람의 조정 하에 있다든가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생각과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 운동 환각도 갖는 경우가 많다.

 환자의 환시, 환촉, 환후, 환미, 운동 환각 등 모두는 그 나름대로 심리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환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내적 자극을 다루는 한 방법인 것이다. 한마디로 자아의 방어방법의 한 형식이다. 자기 스스로가 어떤 불명예스럽고, 고통스럽고, 더럽고, 못쓸 경향과 감정을 느끼기가 괴로우므로 그것을 남에게 내던져 그들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는 편해지는 것이다. 자기의 바람직하지 못하고 용납 할 수 없는 생각이나 충동을 남 때문이라고 남에게 내 던져 자기 마음을 보호하는 것이다. 이러한 심리기제를 투사( projection)라 한다. 지각의 형태, 즉 듣는 것, 보는 것, 냄새를 맡는 것, 맛을 보는 것 등의 지각(知覺)으로 투사(投射)되면 환각이 만들어 진다.

환각의 내용이 어떤 경우는 무섭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어떤 경우는 즐겁고 위안이 되기도 하며, 또는 성적만족을 주기도 한다.

 우리들은 환자들의 환시 등 여러 형태의 환각을 외부에 나타난 위장된 환각의 내용보다,  환각을 만드는 내면의 열등감, 수치감, 죄악감과 부적절감 등 속마음의 아픔들을 찾아 그것을 치유해 주도록 힘써야 한다.

 

 


신경정신과 원장 이 형 영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신경정신과 전문의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신경정신과학교실 주임교수 및 과장

                                                         전남대학교 의과대학 학장

                                                         대한 신경정신의학회 대의원회 의장

                                                         전남대학교 평의원회 평의원 의장

                                                         광주광역시 정신보건심의위원회 위원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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